EXPERIENCE
[플리마켓] 모두의 담장
Friday, October 7, 2022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
어느 날 담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담장의 센터장이자 친구인 원영이가 아이디어 하나를 던졌다. 클라이머들 대상으로 플리마켓을 열면 어떻냐는 것이었다. 내가 작년에 참여한 선운산 아나바다 행사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보다 접근성이 좋은 서울에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서울에 그만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라고 태클을 걸었지만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현재 담장 건물의 1층이 공실이라 건물주님에게 잘 이야기하면 하루 정도 빌릴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는 아나바다 행사에 대해 셀러를 모집한 방법, 행사 진행 방법 등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셀러로 참가하겠다는 약속까지 해버렸다. 소비 요정인 나에게 판매할 제품은 넘쳐났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추진력으로 ‘모두의 담장’이라는 이름으로 플리마켓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의 담장
서두가 길었다. ‘모두의 담장’은 담장을 찾는 클라이머를 대상으로 여는 플리마켓이다. 개인, 크루, 업체 등 다양한 셀러들이 참여했다. 셀러 리스트는 포스터 아래에 있다. 마켓에서 물품 구매 시 선착순으로 홀드 모양 비누(@hold_soap), 세이프티 볼펜과 티백(@orumm)을 제공했으며, 여러 가지 경품 추첨의 기회도 있었다. 개천절인 지난 월요일 오후 12시부터 17시까지 진행되었으며, 한동안 맑았던 날씨와 다르게 비가 많이 내렸지만 5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다. 방문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마켓을 즐기고 담장으로 올라가 운동을 했을 것이니 매우 혼잡할 것이라 추측했다. 마켓 부스로 찾아오는 사람들 중 암장에 사람이 많아서 잠깐 도망 왔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만약 다음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해결책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 셀러로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클라이밍 의류와 용품들을 가지고 갔다. 스타일이 변해 잘 입지 않는 티셔츠와 바지, 사용하는 것이 있으면서도 계속 구매했던 초크백, 작아서 잘 신지 않는 암벽화 등을 내놓았다. 신기하게도 예상과는 다르게 카부 클라이머스 백이 인기가 있었다. 행사 시작이 얼마 지나지 않아 팔렸지만 구매자분의 부탁으로 잠시 맡아주는 사이, 오시는 분들마다 팔린 줄 모르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결국 따로 빼놓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초크백 종류가 가장 먼저 팔렸다. 티셔츠 종류는 꾸준히 인기가 있었고 바지와 암벽화는 사이즈에 민감한 제품이라 몇 개 팔리지 않아 아쉬웠다. 셀러마다 판매량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좋은 새 주인을 찾아갔으리라 🙂




이날 ‘모두의 담장’이 종료되고 담장에서는 일정 주기마다 진행되는 문보드 게임인 ‘담장복지’가 열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담장복지’도 취재해 보려 했지만 ‘모두의 담장’ 효과로 현장 참가 인원이 불어나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기회가 되면 참가도 해보면서 직접 경험을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한두 마디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로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는 행사로 발전하는 모습이 정말 뿌듯했다. 비록 셀러로 참가하면서 피곤했을지라도 이러한 행사가 다음에도 열린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이날 참여한 모든 셀러 분들과 행사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업체들, 스태프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