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아나바다] 훈훈했던 그날의 선운산
Tuesday, November 16, 2021
선운산 아나바다?
선운산 아나바다는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등반 선배 전미현 누나가 주최하는 행사로 1년에 한두 번 열린다. 주로 선운산 속살 바위에서 열리며 이 행사의 본래 이름은 “Climber Mihyun & 모두’s 아.나.바.다.”이다. 할 때마다 모두, 누구나, 친구들 등 바뀌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행사의 취지는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버려지거나 방치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가치있게 쓰이게 하여 개인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임과 동시에 물건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작은 노력을 기울이자”이다. 올해도 역시 선운산 속살 바위에서 10월 30일, 31일 주말 동안 열렸다.
판매자로 참여
나는 작년에 미현 누나의 SNS를 통해 이 행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평소에 옷, 신발 등 몸에 걸치는 것이라면 욕심이 많았던 나는 사놓고 많이 입지 않았던 아이들이 생각났고 다음 행사 때 꼭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올해도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옷장을 털었다. 처음 참여해 보는지라 내놓는 물건들의 퀄리티나 가격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무작정 좋은 것들만 모았다. 그런데도 그 수가 상당하여 선운산을 찾는 클라이머들의 성향을 고려해 추려내어 총 19개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이 많은 물건과 등반 장비를 가지고 속살 바위 어프로치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이왕 참여하는 것 힘껏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두 챙겨 떠났다.
처음 참여치고는 성공적!
오랜만인 선운산 어프로치였지만 좋지 않은 발목 상태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걸으니 어느새 속살 바위에 도착해 있었다. 다소 늦은 덕분에 이미 속살 바위는 클라이머들로 가득했다. 아나바다 행사 장소를 찾아가 주최자인 미현 누나와 인사하고 서둘러 물건들을 빨랫줄에 걸기 시작했다. 의류는 빨랫줄에 걸고 기타 장비는 매트 위에 진열해 놓고 각각 물건 설명과 가격, 계좌 번호를 적고 등반을 시작했다.
사실 물건들을 진열하면서 이미 다른 분들이 내 물건들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등반을 하면서 간간이 입금 내역을 확인하니 첫날 오전에만 절반이 넘게 팔렸던 것 같다. 오후 늦은 시간 등반을 마치고 다시 행사 장소로 돌아가 팔린 물건과 입금 내역을 비교하고 남은 물건들을 챙겨 등반 장비와 함께 속살 바위 굴속에 넣어 놓고 하산했다. 그 덕분에 이튿날 어프로치는 가벼웠고 첫날처럼 도착 후 물건을 다시 진열하면서 모두 20% 할인된 가격으로 수정하였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해 경쟁력이 없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피도 있고 가격도 조금 나가는 암벽화 하나를 더 팔고 나의 2021년 아나바다 참여는 끝이 났다.
내가 판매왕? 너도 할 수 있어!
19개의 물품 중 총 15개를 팔았고 그렇게 나는 판매왕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판매왕은 가장 많은 물건을 판 5명에게 주는 상으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행사 때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더 좋은 물건을 선별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다음에도 판매왕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고 뿌듯한 마음으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내가 많이 사용하지 못했던 물건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며 가치있게 사용되길 바라면서 내년에도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참여하리라 다짐했다. 만약 본인도 사용하지 않고 옷장에 잠들어 있는 물건들이 많다면 다음 아나바다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