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이윤석
Friday, June 24, 2022
안녕하세요 올해로 12년 차 클라이머 이윤석입니다. 2017년부터 더클라임에서 루트세터 및 인스트럭터로 근무했습니다. 올 7월부터 장기 해외 등반을 나갈 예정이라, 현재는 퇴사한 상태입니다.

2011년 신입생 당시, 어떤 동아리가 괜찮을까 구경하다가 등산을 좋아해서 산악부 실을 들어간 게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하하 (그때는 등산만 하는 곳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첫 등반이 북한산 인수봉에서의 등반이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리드 5.13c (태국 Tantrum , 선운산 아침햇살)
볼더 V12 (무등산 보릿고개)

스카르파 인스팅트 vsr , 자연바위에서 등반하면 힐 훅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모델이 저의 족형과 잘 맞아서, 뒤꿈치가 벌어지거나 뜨는 공간이 없습니다. 물론 앞 꿈치의 엣징도 만족스럽습니다.
산악부 당시, 자연에서 등반을 하려다 보면 등반 장소가 너무 깊은 산속이라 숙박이 여의치 않는 경우도 있고, 숙소가 있는 시내까지 나가려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캠핑을 하게 된 게 습관이 되어서가 지금까지 캠핑을 하는 이유 중 첫 번째 이지 않을까 합니다. 캠핑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나, 맑은 공기, 별자리 구경, 야외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의 만족감, 이런 부분들이 계속 저를 캠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숙박비를 세이브해서 더 맛있는 음식을 사 먹기도 합니다. 하하하

최근 2년 동안은 주 4일 (월화수목) 세팅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주 4일을 세팅하는 스케줄이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하거나 스케줄 조정을 했을 텐데, 주 1회 세팅부터 차근차근 세팅 일수를 늘리다 보니, 자연스레 적응을 한 거 같아요. 매일 대회 같은 세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클리 세팅을 하기 때문에 스킨 소모량 자체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또한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팀으로 세팅을 진행하니, 체력 소모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스킨을 아끼는 노하우라면,, 한번 등반할 때, 루트에 담겨있는 모든 정보들을 기억하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 한 번에 다 기억해야 두 번, 세 번 등반할 일이 없으니, 스킨을 절약할 수 있죠 👍🏻


다녀온 모든 곳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지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은 퐁텐블로 (프랑스)입니다. 처음 그곳을 가면 나무가 많은 숲속에서 등반하는 것 같지만, 바닥이 모래사장 같은 모래로 되어있어 바닷가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볼더링을 할 수 있는 섹터가 무한하게 넓어요. 그곳에 살지 않는 이상, 모든 바위를 다 등반할 수 없을 정도죠.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퐁텐블로 특유의 슬로퍼 홀드를 잡는 느낌도 아주 선호합니다.

당장 7월에 남아프리카 락랜드로 등반을 떠날 예정입니다. 2019년에 해외 등반 당시 락랜드도 다녀왔었는데, 그 당시 못했던 루트를 이번에 다시 도전하러 갑니다. 하고 싶은 볼더가 열 개도 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스카이 8B, V13] 이 루트입니다.
루트를 위한 목표도 있지만, 부상 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는 게 더 큰 목표이기에 현재는 체력 관리와 킬터 보드를 통해서 손가락 감각을 살리는 중입니다.
무등산에 있는 Pinch Traverse(V14)입니다.
양손으로 조이거나, 팔과 다리를 몸의 중심 방향으로 조이는 동작을 컴프레스 동작이라 하는데, 이 루트가 엄청난 컴프레스 파워를 요구하는 루트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2020년, 이때 모든 동작을 다 해결하고 상단 멘틀링에서 추락을 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죠. 이후 두 번 정도 더 시도했으나, 완등하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는 리드 등반을 위해 다른 등반지를 가느라 무등산에 가지 못하고 나만의 프로젝트 루트로 남게 되었습니다.
한 종류에만 국한되지 않은 토탈 클라이머를 지향합니다. 리드, 볼더, 멀티 피치, 트래드 루트를 모두 등반하며 경험을 쌓아가길 원합니다. 주위의 클라이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ukatsudo’
2019년 여행 중, 등반을 정말 깔끔하게 잘 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에게 어디서 클라이밍을 배웠냐 물어보니, 일본에 있는 한 스승을 소개해 주었고, 저는 일본에 가서 그분을 만나 클라이밍을 다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 배웠던 것이 Bukatsudo인데,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동아리 활동’ 정도가 되지만 그 안에서 배웠던 것은 바른길을 걸어가는, 바른 자세로 등반하는 클라이밍이었습니다. 올바른 자세로, 올곧은 마음으로 등반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제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 믿는 거죠. 그래서 저에게 클라이밍은 붓카츠도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