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심민섭
Tuesday, April 29, 2025
저는 4년 차 클라이머 심민섭입니다. 아직 학부생으로 대학에 다니고 있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21년 크리스마스 근처쯤이었나…가끔 만나던 친구가 클라이밍을 한번 해보자고 농담으로 던진 말에 접하게 되었고, 아마 그날 제 삶의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아요.

볼더링은 V11입니다. 모락산의 ‘진달래’와 퐁텐블로에 있는 ‘Amaury’s Project’를 끝냈어요. 진달래는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어서 완등했는데 그땐 뭔가에 홀린 듯이 그것만 파고들어서 프로젝트를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처음 고난이도 등반에 매력을 느꼈죠.
제가 신어봤던 신발 중엔 매드락의 Drone 시리즈가, 그중에서도 작년 겨울 발매된 D2.ONE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등반 스타일이 힐 훅과 토 훅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드론 시리즈의 독특한 힐 컵 모양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볼더링에 필요한 암벽화랑 패드를 지원해 주세요. 그리고 락트립을 가게 되면 여행 경비가 일부 나오기도 합니다. 올해 2월에 일본 미야자키현의 히에이산을 갔다 왔는데, 전액 지원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락트립을 갈 때 회사에서 카메라와 캠코더를 빌려주시는데 저희는 그걸로 사진과 영상을 최대한 많이 찍어옵니다. 아 그리고 가끔 제작되는 티셔츠 같은 의류도 꼭 챙겨주십니다.

카르마는 프랑스에서 시작한 브랜드고 원래 그 친구들과 아무런 연이 없었어요. 근데 작년 이맘때쯤에 그쪽에서 먼저, 저한테 티셔츠를 하나 보내준다고 DM을 받은 게 처음이었죠. 그 후에 제가 퐁텐블로를 가게 돼서 그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못 만났어요. 그렇게 관계가 유지되다가 글로벌적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면서 저에게 같이 하자는 제의가 왔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비록 제가 그 팀에 들어가기에 실력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원래 알고 있던 친구들, 여행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이 그 팀에 있었기에 온 기회라고 생각해요. 여행하면서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아마 출연하는 손님들을 작년 3월부터 모집했을 거예요. 작가님이 제 번호를 어떻게 아셨는지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알려준 키워드는 ‘기안84’와 ‘울릉도’ 뿐이었고 관심 있으면 신청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에 혼자 고민을 해 봤는데 뭔가 하나의 주제로 묶인 그룹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마침 매드락팀이 생긴 시기여서 형들을 설득해서 면접을 보러 갔어요. 방송을 보면 수많은 지원자의 면접 장면이 나오는데 엄청 치열하고 경쟁률도 높았더라고요. 사실 저희는 가서 클라이밍 얘기만 하다 왔어요. 나중에 또 면접을 보러 오라길래 갔을 땐 거의 확정이 된 상태였고, 울릉도에서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송 출연에 대한 결격 사유 여부 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등반 계획만 가지고 갔어요. 제작진 측에서도 “울릉도 가는 배 어디서 출발하니까 몇 시까지 오세요”라는 말만 하고 어디서 자는지도 안 알려주시더라고요. 사장님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자고 낮에는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대요. 조금 낚인 기분으로 갔는데 진짜 4일 내내 카메라가 돌고 24시간 동안 마이크를 차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리얼이구나 했죠. 쉽지 않았지만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PD님들이 미리 답사하면서 보내주신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할만한 바위들을 찾아놨었는데요. 첫날은, 이 바위들을 직접 보면서 등반 계획을 세우는 답사만 했습니다. 둘째 날은 아쉽게도 비가 와서 못 하고 셋째 날 하루 등반했네요. 사실 저희는 딥 워터 솔로를 하고 싶었는데 안전 관계상 실현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안전해야 했고 고려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매트리스는 거기 있던 거예요. 누군가 버려놓은 거 같은데 마침 패드가 부족했었거든요. 요긴하게 잘 사용했어요.
일단 가봤던 곳을 말씀드리면 미타케랑 히에이산(일본), 키로니코(스위스), 퐁텐블로(프랑스), 셰필드(영국), 락랜드(남아공) 정도가 있어요. 그중에 친구들과 다 같이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견해를 넓히려면 락랜드를 추천하고요. 정말 어렵고 프로젝트 위주로 등반한다고 하면 키로니코가 좋습니다. 두 곳 다 제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놓았으니 한 번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작년 9월에 키로니코에서 도전했던 ‘Second Life(V12)’라는 루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더 오래 도전하고 노력했던 루트들도 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프로젝트는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법이니까요. 제대로 된 시즌이 아니기도 했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아쉽게 완등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꼭 돌아가서 오르고 싶은 바위가 되었습니다. 올해 락트립을 간다면 꼭 키로니코로 가고 싶네요.


죽기 전에 딱 한 개의 루트만 완등할 수 있다면 단연코 락랜드의 ‘Finnish Line(V15)’입니다. 실제로 그 앞에 서서 아래쪽 홀드도 만져보고 친구들의 등반도 보았는데 아직 살면서 이보다 멋진 라인을 본 적이 없네요. 하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등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아프게 등반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서 당장의 목표는 오래 등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한국의 자연 바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아직은 해외에 비해 열악한 환경과 규모를 가지고 있는 아웃도어 클라이밍 커뮤니티를 조금 더 크게,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내 삶의 활력이 되는 에너지”.
제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힘이며, 저는 클라이밍을 통해 나 자신을 가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제 삶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여러 기회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클라이밍은 이제 제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