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조선교
Tuesday, January 21, 2025
안녕하세요. 10년 차 깊은? 취미로 등반하고 있는 조선교입니다. 현재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 준비 중입니다만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놀면서 등반하고 있습니다.

전공인 골프를 그만두고 취미를 찾던 중 클라이밍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다수 20대가 생각하듯 몸짱이 되고 싶었고 초반에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포지..ㅇ

스포츠는 선운산의 겨울 람보(5.13d), 볼더링은 무등산의 핀치 트레버스(Pinch Traverse V14), 해외에서는 비숍에 있는 버터밀커(Buttermilker V13), 스펙터(Spectre V13)입니다.

바위에서는 스카르파의 인스팅트 VSR을 수년째 사용하고 있고 실내에서는 매드락의 드리프터를 신고 있어요. 제 족형이 넓은 발볼에 검지가 길고 발등은 높은 순수 동양인 족형이어서 서양 족형 암벽화는 잘 맞지 않아 선택지라곤 이것뿐입니다.
제가 호주에 있을 때 좋아했던 필리핀 친구가 오순 플러스를 신었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신어 보니까 다른 신발에 비해서 발볼이 되게 넓어서 잘 맞더라고요. 그 제품이 라스트 시즌 모델이었는데, 3~4족 정도 신다가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어서 못 신게 됐네요.

18년도니까 6년도 더 된 얘기네요. 영어를 하나도 못 하는데도 어렸을 때라 뭔가 모험 같은 게 하고 싶어서 갔었어요. 군대 전역하고 쿠팡맨을 3개월 동안 하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남은 돈도 모두 가지고 갔죠. 도착한 날 바로 9 Degrees(이하 나인 디그리) 암장으로 갔어요. 되지도 않는 영어로 “쓰리먼쓰 멤버십.” 이러면서 회원 등록을 했어요.

가져갔던 150만 원으로 1~2주 정도 놀다가 타일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나인 디그리에서 파트 잡을 시켜준다고 해서 타일 일은 그만두고 다른 메인 잡을 구했어요. 정부 주택 수리 공사 일이었는데, 누군가 살던 집을 다음 사람을 위해 정리해 주고 보수하는 일이었죠. 그다음에는 어닝(awning) 만드는 공장에서 어닝을 만들기도 했고요. 어렸을 때의 전공을 살려서, 주말에는 한인 상대로 골프 레슨도 하고… 쓰리잡을 했어요. 꽤 열심히 살았네요.

많이 아쉬웠죠. 그때쯤 나인 디그리에서 바비큐 파티 같은 걸 했는데 제 송별회도 같이 했었어요. 선물도 받고 친구들이 케이크에 모르는 한국말을 찾아서 써주기도 했어요. 그때 진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인생에서 그 자전거 여행은 지워지지 않는군요. 대학교 졸업 전에 도전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달까요? 클라이밍 한 지 1년 됐을 때예요. 같이 운동하던 친구와 둘이 마음이 맞아서 계획하게 됐죠. 자전거 전국 일주인데 우리는 클라이밍을 하니까 ‘암장을 돌아다녀 보자.’ 라고요.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해서 경기도, 서울, 인천, 충북, 충남, 대전, 광주, 해남, 부산 그리고 대구에서 끝났죠. 두 달 정도 걸렸어요. 충남 쪽에 있을 때 태풍이 왔었는데, 친구는 못 간다고 하고 저는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 부산에 ‘볼더왕’, 서울에 ‘암스트롱’이 있었다면 대전에는 ‘화이트 핸즈’ 크루가 있었죠. 생각해 보면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고 다른 크루와 교류도 했어요. 제가 자전거 여행 갔다 오면서 암스트롱 크루인 동규 형이랑 형(인터뷰어)을 알게 됐고, 그래서 천안 락트리에서 암스트롱이랑 화이트 핸즈가 만나서 운동도 했잖아요. 나름 티셔츠 제작도 해보고 활발히 활동하다가 제가 군대 갈 때쯤인가 해체했죠. 진안에 가서 마지막 바위 등반을 하고 ‘이제 화이트 핸즈 안녕.’ 이런 식으로 끝냈던 기억이 납니다.

유튜브로만 보다가 실제로 같이 등반을 해보니까 너무 잘하더라고요. 일단은 애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이고 확실히 잘하긴 해요. 기가 꺾여서 ‘이번 생에 이 친구들이랑 뭔가 겨뤄 볼 수는 없겠다.’ 라는 걸 느꼈죠. 하지만 어쨌든 제가 거기서 걔네랑 같이 어려운 걸 할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최근 락트립이겠죠? 나름 5~6년 정도 매년 락트립을 다녔지만, 프로젝트 위주로 등반해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날 완등했던 스펙터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제 프로젝트 중에 가장 마음이 안 가던 루트였는데 거의 여행의 절반을 이 바위에 있었거든요. 마지막 날, 마지막 시도를 하면서 눈떠보니 슬랩 구간을 지나고 있었고 탑 아웃 홀드를 잡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영화 던 월에서나 봤었던 환호 소리가 스펙터 바위 주변 여기저기에서 들려 저를 더 목 놓아 울게 했어요.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비숍에 숙제로 남겨 두고 온 스웜(The Swarm V13/14)과 볼더러라면 누구나 꿈꾸는 루시드 드리밍(Lucid Dreaming V15), 레드락에 있는 트리에스티(Trieste V14) 이 세 개의 루트는 꼭 혼내주고 싶어요.
원래 올해는 해외 등반 계획이 없었어요. 근데 비숍에서 만난 친구가, 5월에 스쿼미시(Squamish, Canada) 시즌이니까 오면 같이 놀자 해서 진지하게 고민 중이에요. 또 비숍에서 같이 숙소를 썼던 친구가 2월에 또 비숍에 들어가니까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서, 사실상 선택지가 두 개가 됐어요. 가게 되면 둘 중에 한 번 정도는 가지 않을까 하는데 2월은 당장 다음 달이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찾아보진 않았는데 코브라 크랙을 해보고 싶긴 해요. 스쿼미시하면 드림캐처(Dreamcatcher)랑 코브라 크랙(Cobra Crack)을 빼놓을 수 없거든요. 코브라 크랙을 완등하면 거기 있는 나무판자에 이름을 적는 게 전통인데, 꽉 차기 전에 제 이름을 써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본이 되는 등반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 등반을 봐주시고 제가 생각하는 등반을 함께 느껴주신다면 정말 영광일 거 같아요.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받는 수단?
하지만 자칫 남들에게 과시가 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