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임채연
Tuesday, December 10, 2024
안녕하세요. 나이는 38살이고 11년째 코알라 클라이밍 짐을 운영 중인 임채연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저는 자연 바위 하는 걸 좋아하는데, 최근 2호점 오픈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운동은 루트 세팅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재밌는 교양 수업을 골라 듣던 중이었어요. 그 당시 클라이밍 수업이 생겼고 흥미를 느껴 신청하게 됐어요. 그때 시작한 운동이 현재 직업까지 이어져 왔네요.
볼더링은 매드락(북한산)과 진달래(모락산)로 V11이고, 리드는 알바트로스(조비산)로 5.13b입니다. 리드는 곧 올라갈 예정이에요.

며칠 후에 태국 끄라비로 떠납니다. 그곳에 탠트럼(Tantrum, 5.13c)이라는 루트가 있는데, 작년에 갔을 때 동작은 다 풀어놨고 아쉽게 끝내지 못했었거든요. 이번에 끝내버리고 오겠습니다 ㅎㅎ. 탠트럼을 완등하고 나면… 생각해 놓은 루트는 없어요. 그냥 13a, b 정도의 루트를 더 해볼 계획입니다.

보드류나 자연 바위에서도 힐을 걸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솔루션 콤프가 제일인 거 같아요. 엣징이 좋죠. 근데 이제 힐을 걸어야 할 땐 인스팅트 VSW를 신습니다.
문보드의 경우, 동기부여가 되는 프로젝트로 할만한 과제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암장에서 세팅한 것들은 제가 세팅하기도 하고 검증도 하니까, 솔직히 할 의욕이 안 생겨요. 문보드는 예전에 했던 것들이나 워밍업으로 하는 문제들을 해보면서 그날의 컨디션, 최근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회원들을 위한 거긴 해요! 킨텍스에 있는 2호점에 설치한 이유도 근처에 더클라임이 있기도 해서예요. 솔직히 더클라임은 지점도 많고 크기도 커서 경쟁하기 쉽지 않죠. 거기에는 없는 뭔가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원래 문보드를 3개 설치할까 하다가 말았어요. 한국에 그런 곳은 없으니까요 ㅎㅎ

킬터의 경우는 벤치마크가 없는 게 나름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그냥 적당한 난이도를 정하고 지구력 하듯이 쭉 정주행해요. 예를 들어, V7으로 필터링해 놓고 금방 끝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20문제를 목표로 잡고 한 세션을 하면 꽤 운동이 돼요. 문보드보다 다양한 동작도 있기도 하고요. 근데 문보드에는 벤치마크 개념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벤치마크가 아닌 문제는 안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벤치마크만 골라서 하다 보면 문제가 금방 고갈돼서 할 게 없어지는 거죠.
사실 2호점을 계획하면서 이곳저곳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계약 직전에 파투 난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지금 2호점 건물 쪽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어요. 직접 보니 크기나 높이가 모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질러버렸네요 ㅎㅎ

본인이 트레이닝을 더 해야 하는데 잘 안 하게 되는 게 단점 같아요. 아무래도 키가 작은 사람들보다 비교적 쉽게 완등하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네요. 그리고 난이도가 높아지면 키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발이 터지는 동작이 많아지는데, 그때 감당할 무게가 더 크다는 거?


은오가 하고 싶어 하는 거 시켜야죠.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는데, 조기 교육을 해 놓아서 나중에 본인이 하고 싶어 할 때 기본적으로 장착한 무기가 세면 좋잖아요? 저는 늦게 시작해서 손가락이 약한데, 은오는 어렸을 적 단련으로 인해 부상에 대한 부담이 적었으면 좋겠어요.
북한산 매드락이라는 루트를 완등하게 되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수봉 가던 길에 한 번 만져보고 ‘나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던 루트였어요. 그 후로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친한 형님이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시도해 봤죠. 어느 순간 완등의 가능성이 보였고 그때부터 매드락에만 집중했어요. 다른 프로젝트는 제쳐두고 그것만 팠고, 완등에 다가간 순간 정말 뿌듯했습니다. 참고로 그때 당시 레드포인트가 V9이었을 거예요.
등반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 안되면 화나고 또 붙고 욕도 하고 말이죠. 요즘에는 점점 등반에 대해 스트레스도 안 받고 웃으면서 하는 거 같아요. 예전만큼 불타면서 등반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가장 중독되어 있는 놀이죠.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중독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적당한 몰입 말이에요.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니까 이 적당함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그래서 볼더링보다는 리드 등반을 더 많이 가기도 해요. 아무래도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로의 난이도에 맞는 루트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인생을 살면서 몰입하고 지속할 수 있는 걸 일찍 찾은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