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최가람
Tuesday, October 22, 2024
안녕하세요. 클라이머 최가람입니다. 저는 자연 바위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가이드북 클동여지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등산, 트레일런을 오랜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설악산이나 북한산을 오르다가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동경했었어요. 21년 12월경에 지인의 소개로 기회가 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클라이밍 한 지 오래 안 돼 가지고 처음으로 해외 볼더를 나가 봤는데요. 일본의 미타케가 해외지만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를 들어서 계획하게 됐습니다.

네 많았어요. 근데 이것들이 한국에 적용이 될지 모르겠다 하는 것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미타케 같은 경우에는 가이드북 안에 주변 암장 같은 인프라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은 아무래도 자연 볼더가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까 이런 연계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나중에 더 대중화되면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너무 가고 싶은데 아직 정보가 좀 부족해서요. 내년 가을에 추석 연휴가 길어서 그때를 이용해 락트립을 한 번 더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단 스위스의 매직 우드, 미국의 비숍이랑 레드락이 너무 가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거리도 있고 초보자들끼리 가기 힘든 곳이다 보니까 언제 갈지는 미정이에요.

사실 제가 습관적으로 뭘 정리하고 그 지도를 만드는 거를 되게 좋아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 위해서 정리를 하던 와중에 친구가 ‘이걸 왜 너 혼자만 가지고 있냐, 그냥 제작비만 받고 내놔봐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으시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인 데다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거다 보니까 본격적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제작은 아직도 혼자 하고 있고요. 가끔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은 ‘여기 어디예요?’라고 여쭤보는 거죠. 옛날 것들은 정보가 없다 보니까 찾다 보면 평소에 길눈이 밝은 편인데도 길을 잃어요. 그럴 때마다 전화 도움을 좀 받죠. 볼더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이런 작업은 혼자 하고 있습니다.

우선 단계를 설명해 드리면, 먼저 루트를 수집합니다. 예를 들어 불암산을 만들어야겠다 하면 인스타그램에서 바위를 많이 다니는 클라이머들 계정에서 불암산의 모든 게시물을 나열해요. 유튜브에서도 가져오고요. 그다음에 이제 현장 답사를 나가요. 불암산 같은 경우에는 한 20번 정도 가니까 얼추 정리가 되더라고요.
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모은 루트 정보를, 책을 만드는 어도비 인디자인(출판 디자인 프로그램)에다가 쭉 넣어요. 그다음 지도를 만들고, 어프로치를 정리하고, 그렇게 해서 틀이 나오면 그걸 기반으로 수정합니다. 중간에 필요한 게 있으면 또 다녀오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완성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일러스트 같은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냥 외주를 맡기고요.
네. 근데 지금은 거의 지인들이 하는 것들을 위주로, 광고비를 받는다기보다는 무료로 페이지를 제공해 주고 있어요. 그리고 기간의 경우 1권인 모락산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이 걸렸네요. 불암산도 한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번 관악산이 반년 정도 걸렸어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정도 걸리는 것 같네요.

진안 가이드북, 옛날에 제작된 관악산 연주대 가이드북, 지인이 사준 미타케 가이드북 이렇게 세 권을 주로 참고해서 작업을 했어요.
제작이 거의 끝날 시기에 보게 돼서 사실 나중에 2권 때부터 조금 참고를 했어요.


일단은 아예 잊힌 루트를 찾는 게 제일 어려워요. 어찌 됐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은데, 연주대 같은 경우에 몇 년 동안 등반하지 않은 것들은 나무나 이런 것 때문에 등반이 불가해진 경우도 있고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가끔 논란이 있는 볼더들이 있기도 해요. 예를 들면, ‘사실 스타트가 이렇다.’, ‘여기는 훅을 걸면 안 된다.’ 이렇게 제한이 걸려있는 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조사하다 보면 사람마다 말하는 초등자가 다를 때도 있고, 심지어 루트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었어요. 사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연주대에 있는 책상 당기기라는 루트는, 기존 가이드북에 싯 스타트(Sit Down Start: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앉아서 시작함.)라고 적혀 있는데 아무도 싯 스타트로 안 하더라고요. 모락카노도 난이도가 그 난이도가 아니다 이런 말이 많기도 해요. 어떤 루트는 스타트 시 힐 훅, 토 훅을 쓰지 말고 엣징으로만 해야 한다는 제한도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이 가이드북을 자세히 보지는 않을 거고 루트 이름만 본 뒤에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찾아볼 거라 문제가 되진 않아요. 하지만 한국에 락트립을 온 외국인은 스타트와 탑, 라인만 확인하면 되는 거라 저도 제 가이드북에는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이 세 가지 정보만 보여주려 하고 있어요.
제가 등반을 한 지 오래 안 되기도 했고 등반에 대한 목표는 아직 없어요. 작년에 처음 바위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거는, ‘내가 평생을 살면서 퍼스트 차지(V8)를 하면 만족스럽겠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 한 달 있다 완등해 버렸어요. 그게 끝나고 애매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게 제일 문제점 중 하나예요.

그냥 이것저것 다 만져보고 있는데… 대신 꿈 같은 루트가 있기는 해요. 오프 더 왜건(Off the Wagon, V14)이라고 스위스에 있고 제 기준에서 너무 멋있는 바위에요. 옛날부터 생각했던,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나오는 자세라고 해야 하나 그걸 그 루트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일단 내년의 목표는 수도권 볼더링을 모두 정리하고 싶어요. 모든 등반지의 가이드북을 만드는 거죠. 그 후에 합본도 생각하고 있는데 그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최종 목표는 전국을 다 만드는 거고, 클동여지도에 의해서 볼더링 문화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자연 볼더링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각자 운동하고 있는 문화다 보니까 트렌드라고 하기에도 딱히 뭐가 없거든요. 무등산 페스티벌처럼 수도권에도 그런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클라이머들끼리 교류를 할 수 있는 그런 식의 뭔가를 가지고 가고 싶어요.
네 저도 진짜 가보고 싶은데 직장인이라서 어딜 나가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기로에 놓인 것 같아요. 클동여지도를 본업으로 하려면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고, 다른 다양한 브랜드들과도 얘기가 돼야 가이드북에도 싣겠더라고요. 아직은 본업을 놓고 이 가이드북에 전념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저에게 클라이밍이란 즐거움과 도전입니다. 너무 즐겁고 매 순간 도전하는 걸 멈추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 있어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