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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클라이머, 고지영

Monday, May 6, 2024

고지영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기며 귀여운 딸을 양육하고 있는 고지영입니다. 클라이밍은 햇수로 10년 차가 되었지만, 창업도 하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이벤트가 있어 한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현재는 클라이밍 센터에서 강사로 근무하며 아기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고물 볼더 [사진: 박춘식]
클라이밍을 시작한 계기는?

언젠가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예전에 갑작스레 공원 산책도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다짐하고 집 근처 센터를 찾아가 바로 등록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킬터 보드를 하고 있는 고지영 님 [사진: 이동규]
레드포인트가 몇 인가?

리드는 운동을 쉬기 전 조비산에 있는 구름처럼(5.12c)을 완등했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불암산의 스몰자이언트 익스텐션(V10)을 완등했습니다.

클라이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비 암벽화.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암벽화는?

저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스카르파 인스팅트 VSR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암벽화를 경험해 보지 않아서 비교는 어렵지만 많이 아프지 않아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것에 만족해요.

매드락, 모락산 [사진: 이종훈]
클라이밍 말고 즐기는 취미가 있나?

전에는 바이크를 즐겨탔고 백패킹을 떠나거나 베이킹도 많이 했지만… 현재는 육아가 취미이자 특기이자 여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라 서로 각자의 개인 시간을 이해해 주며 육아도 분담하는 덕분에 운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여동생도 클라이밍을 하기 때문에 함께 아기를 데리고 가까운 자연 볼더나 외벽을 가기도 해요. 정말 즐겁게 운동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세 가족 [사진: 이호명]
딸이 아주 귀엽다. 나중에 딸이 엄마를 보고 자기도 클라이밍을 하겠다고하면 지원할 것인가 말릴 것인가?

아기를 낳았을 때 정말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저는 저만큼의 경험밖에 없어서인지 아기가 저처럼 취미로 운동을 해보고자 한다면 말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프로의 세계는 제가 경험해 보지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기에 현재로서는 아직 상상이 되지 않네요.

예전에는 제빵을 공부해 베이커리를 운영할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데,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궁금해진다.

손재주가 좋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그 일에만 아주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손재주가 좋은 직원들께 기대고 싶습니다 ㅎㅎㅎㅎ

볼더룸에서 문보드 세션 [사진: 이동규]
기억에 남는 등반이 있다면?

프로젝트로 스몰자이언트 익스텐션에 도전할 때입니다. 사실 처음에 큰 기대도 없었고 V10이라는 난이도에 욕심이 있지도 않았죠. 주변에서 권유해 줬을 때도 단순히 내가 이 동작이 될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동작이 되니 어느 순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큰마음 먹고 1박 2일 동안 진안으로 볼더링을 떠났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는지 도착과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기상 예보에 없었던 비라서 곧 지나가겠거니 하며 기다렸는데 천둥번개와 함께 무섭게 몰아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철수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이렇게 하루를 날려 버리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에 그냥 가까운 산에 가자 싶어 불암산에 갔는데 아주 기가 막히게 조용하더라고요. 그날 완등했습니다 ㅎㅎ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조각 볼더 [사진: 박춘식]
어떤 클라이머가 되고 싶은가? 10년 뒤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안될 것 같다고 포기하지 않는,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단단한 클라이머가 되고 싶어요. 저는 아직 한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동안 해본 적이 없는데요. 사실 짧은 세션으로도 고통스럽더라고요 ㅎㅎ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트레스 받는 게 싫어서 할만한 것들에만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더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문제를 프로젝트로 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마인드가 단단한 클라이머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클라이밍이란?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것. 온전히 나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요. 등반을 하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나는 누구의 무엇도 아닌 그냥 나더라고요. 몰입할 수 있는 세상이 있어 행복합니다.

진안 볼더링 [사진: 이다선]

표지 사진: 장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