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웨이브락
Monday, January 15, 2024
김평기 안녕하세요. 김평기입니다. 예전에는 하이 클라이밍을 운영했고 현재는 웨이브락 공동대표로 있으며 전체적인 운영과 함께 전공을 살려 디자인, 전산관리, 루트 세팅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이밍은 중학교 시절 처음 경험했었는데, 아버지께서 취미로 배우고 계셨던 곳에서 1개월 정도 짧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2013년도 3월쯤 29살의 나이로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클라이밍 짐 홍보 포스터를 보았고, 어렸을 적 재미있었던 클라이밍의 기억을 떠올리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성호 안녕하세요. 2017년부터 웨이브락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박성호입니다. 21년부터는 평기 형과 함께 운영하고 있죠. 저는 이곳에서 주로 운영/기획, 루트 세팅 그리고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4-5년간 취업할 생각도 안 하고 등반에만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가 등반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클라이밍 짐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바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등반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네요.

김평기 13년도쯤의 클라이밍 문화는 산악회 위주였고, 20대보다는 30~40대가 많았으며 마른 체형의 사람들이 클라이밍을 주로 즐기고 있었는데 성호는 자유로운 스타일에 덩치도 있어서 그 당시의 클라이밍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체격만큼이나 파워풀한 스타일에 운동신경도 좋고 클라이밍에 대한 열정으로 초보자가 하기 어려운 트레이닝과 등반을 곧잘 해내어 여러 번 놀랐습니다. 성호는 쾌활한 성격이지만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처음부터 바로 친해지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나이 차이가 1살밖에 나지 않고 둘 다 운동에 대한 열정도 많아서 금세 친해졌습니다.
박성호 평기 형은 첫인상도 좋았고 알면 알수록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더 빠져들게 되었어요. 같이 등반도 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볼더왕이라는 크루도 만들게 됐고요. 삶을 내키는 대로 살던 저와는 달리, 철학을 중시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고 그렇게 계속 더 친해지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박성호 클라이밍 짐을 오픈했던 6년 전엔 다양한 각도를 모두 가지고 있는 벽을 정말 만들고 싶었습니다. 0도인 직벽부터 130도 오버행까지 벽을 순서대로 설계하다 보니 마치 파도와 같은 모양의 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광안리와 웨이브 벽의 느낌을 살려서 웨이브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로고도 완성되었고요.

박성호 클라이밍을 하기 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계속 고민했었어요. 취업, 작은 사업 등 여러 가지를 했지만 거듭 고배를 마시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되는 걸 느꼈고 이런 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클라이밍 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평기 클라이밍을 배우고 2년 차가 되자 지금 내가 운동을 즐기고 있는 환경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외국에 있는 큰 규모의 멋진 클라이밍 짐들과 특색 있는 볼더링 짐들을 보다 보니 나도 저렇게 크고 멋진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즐기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이후 클라이밍 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일을 한 지 1년 뒤 일을 배우던 그곳을 인수하여 부산 정관 하이 클라이밍으로 상호를 바꾸고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이밍 짐을 운영하기 전후로 국내외에 많은 멋진 클라이밍 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짐들 중에는 섹터-B와 더 자스 클라이밍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클라이밍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펌프, 유지 히라야마의 베이스캠프, 록키, 그래비티 리서치, 피시 앤 버드 등이 기억납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수준 높은 세팅, 거기에 볼더링 대회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죠. 이들이 보여주는 많은 것이 저와 성호에게 강한 자극을 주었고 그 영감과 아이디어를 각자가 운영하는 클라이밍 짐에 적용시켜보곤 했습니다. 물론 그 효과와 회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자주 대화를 나눴었고요.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그중 부산 클라이밍의 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저와 성호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새롭게 클라이밍을 시작하는 분들이 클라이밍을 보다 쉽고 안전하고 더욱 재미있게 배우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클라이밍이 멋진 운동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성호가 먼저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웨이브락 부산대점을 확장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저는 하루 정도 고민 후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가 원하던 것을 펼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제가 운영하고 있던 하이 클라이밍을 웨이브락 정관점으로 변경하면서 성호와 저는 함께 웨이브락을 키워가기로 했습니다.

박성호 저는 클라이밍 이전에 음악 듣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특히 70, 80년대 funk, disco, house 음악을 좋아했죠. 클라이밍을 하는 공간에서 음악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프로젝트 등반을 할 때면 음악에 의해서 성패가 결정되는 경험도 있었고요. 몰입도 되면서 흥이 나기도 하고, 몇 번이고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음악으로는 funk, disco, house가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2호점까지는 플레이리스트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신경 써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ㅎㅎ 유튜브에 ‘우주원숭이47‘을 검색하면 23년 웨이브락 볼더 나잇 때 흘러나오던 음악들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
김평기 광안리와 남천동에서 멀지 않은 황령산 꼭대기의 전망대를 추천합니다. 부산의 전경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곳입니다.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고 넓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죠!
김평기 뚜렷한 목표와 팀워크,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의사소통, 그리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서로의 작업이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지 알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의사소통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될 겁니다. 이것이 지속되면 일의 의욕이 떨어지게 되므로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죠. 세팅의 전체적인 목표와 그에 맞는 의도를 가지고 세팅을 해야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효율적인 대화와 세팅,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상호 간의 신뢰 형성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듯한 대화로 느껴지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높은 수준의 작업을 이끌어내는 좋은 도구가 될 겁니다. 상호 간의 신뢰는 각자의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책임감은 팀 전체를 이끌어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팀은 매우 높은 수준의 작업을 장기적으로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김평기 2020년 10월 부산대점 확장 이전을 기준으로 2023년 초 남천점까지 코로나 기간 동안 빠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로 인해 모든 시기가 모르는 일 투성이었기 때문에 항상 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와 성호는 성격과 가치관에서 많은 부분이 달랐고 그로 인해 선택의 기준과 문제 해결 방식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습니다. 많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갈등도 잘 관리해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 세팅, 운영도 게을리할 수 없었죠. 모든 것을 잘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갈등을 겪어보니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때로는 서로의 생각 차이와 실수에 대해 이해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가 가진 시간과 자원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태도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신뢰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좋은 선택을 하려고 잘 참고 노력한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김평기 웨이브락은 클라이밍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밍이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고요. 클라이밍 문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고 싶고, 클라이머들이 오랫동안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평기 동호인들을 위한 높은 난이도를 세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려고 합니다. 이제 나이가 40살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높은 실력을 가진 업계 선배님들을 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성호 클라이밍 짐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클라이밍에 정말 진심이었어요. 짐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등반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였지만 이렇게 열심히 짐을 운영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거든요. 한창 운동할 때의 목표는 볼더링은 V13, 스포츠 클라이밍은 5.14가 목표였습니다. 클라이밍 짐 운영이 안정되면 다시 등반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그대롭니다.

김평기 나침반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나침반을 보면 도달하고자 하는 위치를 알 수 있듯이 클라이밍이 항상 삶을 이끌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걷다 보면 다양한 일과 인간관계, 개인적인 성장, 사랑, 행복 등 많은 경험을 하게 되죠. 경험이 끝난 후 다시 나침반을 드리우면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 앞으로 다양한 기회와 경험이 기다리고 있고 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렙니다. 이 모든 것들을 클라이밍과 함께하고 있어요.
박성호 성장이다. 클라이밍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삶의 다른 영역에서 마주치는 도전과 흡사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도전을 통해서 내면이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클라이밍을 하며 얻은 경험은 불안한 순간에서도 안정과 성장을 찾을 수 있는 삶의 지혜 같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