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아마추어 클라이머, 임정훈
Friday, January 13, 2023
안녕하세요. 9년 차 클라이머 임정훈입니다. 시간이 참 빨라요. 삼십 대는 쭉 클라이밍과 함께했네요. 하고 싶은 건 참 많은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곧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물두 살 군대에서 실내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오래된 기억입니다. 유격 장애물 넘는 게 재밌었고 막연하게 잘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생각은 십 년간 이어졌고 볼더링 암장이 막 생겨날 때 시작하게 됐습니다.

리드는 고소 공포증 때문에 하지 못해요. 볼더링은 럭키(V12/13)를 완등했습니다. 운전을 몹시 싫어해서 광역버스, 지하철, 버스, 어프로치 콤보로 왕복 5시간을 소비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완등보다 해방감의 기쁨이 더 컸습니다.

장비에 대한 욕심이 없고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인지도 상관없이 신어보고 느낌이 좋은 저렴한 암벽화를 구매합니다. 최고의 암벽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럭키를 등반할 때 가장 신뢰 가는 엣징을 보여줬고, 유일하게 두 번 산 암벽화는 매드락 레드라인 스트랩입니다. 인스팅트 VSR의 경우 힐훅은 자타 공인이지만 발볼이 좁은 제게 엣징은 아쉽게 느껴져 기능성 암벽화로 사용합니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직전 푸드트럭을 잠시 운영했습니다. 중고 라보를 데려와 ‘라돌이’로 이름을 붙여줬어요. 당시 정말 좋아했던 라멘을 팔았습니다. 클라이밍을 이 년 했을 때 바위를 시작했고 라돌이는 든든한 파트너가 됐어요. 매드락하러 도선사를 올라갈 때 힘들어하던 라돌이를 잊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2021년 푸드트럭을 준비하는 분에게 보내주었어요. 초밥 트럭으로 사랑받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소멸했습니다. 1월 3일 구만산을 갔어요. 일주일간 ‘불고기’와 ‘백세’를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불고기는 동작을 완성했지만 연결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고, 백세는 어려워 동작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핑곗거리는 많지만 결국 약해서 못했어요. 야채를 많이 먹었고 일주일 전부터 금주를 했습니다. 트레이닝은 하지 않았고 턱걸이를 할 걸 후회했습니다.

아무래도 럭키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활차 재활을 막 끝낸 상태였어요. 럭키의 부분 동작인 It goes like this(V6)도 되지 않았고 가을 늦더위가 심했던 해였는데 무식하게 계속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모든 동작이 과하게 숙련됐고 스타트를 처음 잡았을 때 완등을 했습니다. 오른손이 좀 덜 들어갔는데 떨어질 것 같지 않아 동작을 이어갔던 기억이 나요.

최근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등반 가능한 바위 같은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밸런스 있는 몸을 만들어 오래 건강하게 등반하고 싶어요.

애증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내적으로 고통이 심해요.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경험은 양분이 되고 한 측면에서 성숙해집니다. 결국 이 운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몸을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