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프로 클라이머, 채성준
Friday, October 28, 2022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30살, 13년 차 클라이머 채성준입니다. 현재 선수 생활과 함께 더클라임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에 산을 좋아하는 부모님께서 “공부 안 할 거면 어디 가서 사고 치고 돌아다니지 말고 운동이나 해라” 하시며 클라이밍센터에 데리고 간 날이 저의 클라이밍 인생의 시작점이었죠. 3개월이나 먼저 시작한 동생과 부모님을 첫날부터 넘어서면서 ‘재밌네’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했던 것 같습니다.
스카르파의 드라고 LV. 경기 등반을 하다 보면 홀드보단 볼륨을 많이 밟는데 다른 신발에 비해 소프트해 볼륨 밟기도 용이하고 발볼도 좁게 잘 잡아주고 엣징도 무게를 잘 실어줄 수 있어 저한텐 최고의 암벽화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강습을 하면서 단순히 기술만 알려주기보다는 어떤 원리에 의해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TMI..?? 근데 그렇게 하려면 저부터가 그렇게 등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등반은 엉망진창인데 강습생들한테 정확한 포인팅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 자체를 더 봅니다. 사람마다 고유의 밸런스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에 맞는 밸런스를 찾아주려 노력하죠. 다들 본인만의 밸런스를 찾아보세요! 저라고 다 맞는 건 아니랍니다 ㅎㅎ

바위라.. 애초에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어프로치도 귀찮고 올라가면서 진을 다 빼니까 막상 벽에 붙으려고 하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클라이밍의 시작을 경기 등반으로, 그것도 스피드 클라이밍으로 하다 보니 바위에서 점점 멀어지게 됐어요. 결정적으로 바위와 멀어진 계기가 있었는데, 바위 볼더링을 하다가 상단에서 펌핑은 나고 떨어졌다간 뒤로 날아가겠다 싶어서 눈 질끈 감고 떨어졌는데 매트에 누워있더라고요. “어휴, 살았다” 생각하고 옆을 봤는데 매트 사이 벌어진 틈으로 주먹보다 더 큰 돌멩이가 제 팔꿈치와 옆구리 사이에 뾰족하게 튀어나와있더라고요. 그날 이후 결심했죠.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일단 내년에 열리는 선수권대회에서 입상!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일 년을 또 열심히 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전이 끝난 이 시점 아주 열심히 굉장히 늘어지게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최대 약점인 그립과 지구력 보완을 목표로 트레이닝을 짜고 있습니다.

흠.. 전 체중 관리는 따로 하지 않아요. 많이 먹고 힘내서 많이 하자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치킨, 피자, 햄버거 이런 음식들을 맘껏 먹는 편이죠. 먹는 양도 식당을 가면 혼자 메뉴 두 개를 시켜 먹고요. 하지만 대회 시즌이 다가온다면 평소에 즐겨 먹던 맵고, 짜고, 단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떡볶이, 빨간 양념이 묻어있는 음식, 곱창, 막창 이런 것 들 말이에요.
경기 등반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때는 2015년도에 열린 전국체전이네요. 스피드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6초대의 기록이 나왔고 그날 연습경기부터 해서 예선, 16강, 8강, 4강, 결승까지 총 8번을 뛰었는데 앞에 경기에서는 계속 7.00초만 보다가 6.893의 기록이 결승전에서 딱!! 나와버렸거든요. 그때만큼 짜릿했던 적은 그 이후에 없었던 것 같아요.

선수로서는 모든 선수의 공통된 목표가 하나 있죠. 더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에도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와 세다….”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보다는 ‘등반을 잘하는 선수’, 구체적으로는 클라이밍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클라이머가 되고 싶어요. 제가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말이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라는 말이거든요. 단순히 잘하는 클라이머보다는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클라이머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의 등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등반에도 관심이 많고 남을 가르치는 일에 소질도 있다 보니 10년 뒤쯤엔 신선처럼 바위도 즐기면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엔진이다!
저에게 클라이밍은 ‘오토바이 엔진’ 인 것 같아요. 저는 오토바이를 타는 걸 좋아하는데, 엔진은 오토바이가 움직이는 동력원을 만들어주는 부품으로 가장 중요하죠.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클라이밍은 중요한 부품이자 동력원입니다. 예열을 할 때도 있고 신나게 달릴 때도 있지만 너무 과하게 돌아가면 좋지 않듯이 클라이밍도 과하면 우리 몸을 망가트리고 힘들게 하잖아요. 때로는 손을 잠시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저한텐 클라이밍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