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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화 뭐 신어?

Saturday, August 27, 2022

“클라이밍은 신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클라이밍에서 암벽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운동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접지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클라이밍을 할 때는 워낙 작고 미세한 홀드를 디뎌야 하기 때문이죠. 보통 암벽화는 발가락으로 홀드를 제대로 디뎠는지 알 수 있어야 해서 운동화보다는 작게 신는데요. 그러니 발이 아플 수밖에 없는데 간혹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초보자들은 클라이밍에 흥미를 느끼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발가락 앞에 공간이 생기지 않는 것 중 발이 편한 것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화도 파고들면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소개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취미로써 제대로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에게 구매 시 참고가 됐으면 해서 준비했습니다. 몇 명의 경력자들에게 그들이 최근에 신고 있는 암벽화에 대해 짧게 물어보고 몇 가지 소소한 팁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클라이밍 11년 차, 양지원의 암벽화

파이브텐, 하이앵글(Hiangle)

@jiwony_o.o

“초기 모델 때 친구 따라 신었던 하이앵글, 쨍하니 예뻤던 핑크색에 푹 빠져 흰색 디자인까지 – 벌써 몇 번을 구매한지 모르겠다. 디자인은 물론, 발에 착 감기면서 섬세하게 디뎌지는 엣징이 하이앵글의 매력이다. 사실 힐훅 걸다 암벽화가 벗겨진 적이 있다만, 개인적으로는 힐훅 이외에는 내 발에 딱 맞는 최고의 암벽화다.”

Tip. 사이즈 선택

먼저 본인의 족형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족형에 따라 아예 맞지 않는 신발도 있기 때문인데요. 발볼이 좁은지 넓은지, 뒤꿈치가 뭉툭한지 아닌지, 첫 번째와 두 번째 발가락 중 어느 것이 더 앞으로 나와있는지 등 여러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이즈를 알아보기 위해 가능하면 무조건 신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발가락이 심하게 접히거나, 발의 아치가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 뒤꿈치가 힐컵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 경우 반 사이즈 씩 늘려 신어보면서 사이즈를 찾아봅시다.

클라이밍 10년 차, 이동규의 암벽화

언패러럴, 업 듀얼(UP Duel)

@armstdong

스피드 클라이밍용 신발이라 신고 벗기 편하다. 그립이 나쁘지 않아 볼더링을 할 때도 신을만하다. 사실 발가락에 티눈 같은 게 생겨서 편하게 신으려고 샀다. 힐이 잘 벗겨지는 것, 물이 빠져서 양말을 신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클라이밍 5년 차, 서봉형의 암벽화

스카르파, 드라고(Drago)

@bbbong_e

“여름 바위에서 드라고를 신으면 고무창이 녹아내린다는 소문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소프트한 신발로 발가락에 큰 고통 없이 퍼포먼스를 높여줄 암벽화를 원한다면 드라고를 강력 추천한다. 대게 소프트 타입의 암벽화는 볼륨에서 크게 기능하고 작은 홀드를 딛기엔 하드 타입의 암벽화가 더 적합하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연암벽에서 드라고를 신고 작은 홀드를 디딜 때 발끝으로 예민하게 전달되는 감각이 꽤 믿음직스러워 많은 프로젝트들을 드라고와 함께 했다. 이러한 점에서 드라고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암벽화라고 생각한다. 급속도로 닳는 밑창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다음 암벽화도 드라고와 함께 할 계획이다.”

Tip. 소재의 차이

보통 암벽화는 신을수록 본인의 발에 맞게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합성 갑피는 가죽보다 덜 늘어납니다. 가죽 소재의 암벽화를 산다면 비교적 더 타이트하게 고를 것을 추천합니다.

클라이밍 25년 차, 김자비의 암벽화

스카르파, 인스팅트 VS 시리즈(Instinct VS series)

@climbing_87

“클라이밍 슈즈의 교과서, 정석 같은 신발. 잘 찍히고 잘 걸린다. VS는 비브람 XS 엣지창을 사용해서 좀 딱딱한 느낌에 엣징에 특화되어있고 VSR, VSW는 비브람 XS 그립 2 창을 사용하여 조금 더 부드럽다. 인스팅트 VS 시리즈의 강점은 힐훅에 있는데 강력한 힐훅은 어떤 홀드에서도 안정적으로 발을 고정할 수 있어 힐훅 마니아인 나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신발. VS의 오렌지, VSR의 블루, 여성과 같이 발볼이 좁은 사람을 위한 VSW의 민트로 이어지는 컬러웨이는 자칫 투박하게 느낄 수 있는 암벽화를 한결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자연바위, 실내, 볼더링, 리드, 스포츠 루트 상관없이 일정하게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는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신발. 근 3년 동안 내가 끝냈던 모든 볼더링 바위에서의 루트는 VSW와 함께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Tip. 암벽화 주머니

해외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암벽화를 구매하면 주머니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한쪽이 메시로 되어 있는 편이라 통기성이 좋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받은 주머니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구비해야 한다면 통기성이 좋은 것으로 선택해야 관리가 쉬울 것입니다.

통기성이 좋아야 조금 더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클라이밍 10년 차, 박도연의 암벽화

라스포티바, 띠어리(Theory)

@doyommyy

“말랑한 암벽화는 많이 안 신어봐서 처음엔 느낌이 좀 이상했는데 적응하고 나니까 힐컵도 안 뜨고 발에 딱 맞았다. 전에 신던 솔루션보다 반 사이즈 작은데도 편하다. 발 홀드같이 작은 홀드도 꽂히는 느낌이 들고 특히 볼륨이 굉장히 잘 밟힌다. 단점이 있다면 발목 접히는 부분이 조금 쓸리는 거?”

Tip. 인도어와 아웃도어

바위에서는 워낙에 작은 발 홀드를 디디고 일어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은 딱딱한 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내에서 등반하는 시간이 더 길 것입니다. 그래서 괜히 발이 피로하게 딱딱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을 신는 것이 좋겠죠. 게다가 실내 암장에는 커다란 볼륨 홀드가 많기 때문에 소프트한 암벽화로 넓은 면적을 디디는 것이 유리한 것은 당연합니다.

클라이밍 9년 차, 김정섭의 암벽화

스카르파, 인스팅트 S(Instinct S)

@jakeseob

인스팅트 S는 인스팅트 VSR의 슬리퍼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사고들 싶겠지만 이 녀석은 보기와는 다르다. VSR의 껍데기에 퓨리아 한 스푼, 키메라 한 스푼, 부스터 한 스푼으로 마무리 한 느낌이다. 잉어킹이 진화하면 잉어 대왕이 될 것 같았지? 하지만 이건 갸랴도스다. 난 갸랴도스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참고로 슬리퍼라고 사이즈를 줄일 필요는 없다. 감안해서 작게 나온듯하니 동일 사이즈로 사면 된다.”

마치며

사실 암벽화에 한 가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합이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으로 긴 시간 여러 암벽화들을 신어보고 경험하며 각자에게 맞는 성향의 암벽화를 찾는 것 또한 클라이밍의 매력이죠. 여러분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