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REAK
진짜를 정복하기 위한 가짜
Thursday, August 22, 2024
레플리카(Replica) 홀드란 본래 자연에 있는 루트의 크럭스 부분을 효율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비슷한 모양의 홀드를 구해 본인의 트레이닝 공간에 달아서 훈련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혹자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플라스틱 홀드를 깎거나 변형시켜 진짜 자연 홀드와 흡사하게 만드는 이도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현재 3D 스캔을 통해 아주 정교하게 레플리카 홀드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유명한 레플리카 홀드는 코어 클라이밍(Core Climbing) 사의 버든 오브 드림즈(Burden Of Dreams)입니다.

버든 오브 드림즈(이하 버든)는 핀란드에 있는 최초의 V17 볼더이며, 핀란드 클라이머 날레 후카타이발(Nalle Hukkataival, 이하 날레)이 초등했습니다. 4년을 투자해 완등한 날레는 이 과정을 ‘The Lappnor Project’라는 영상으로 제작했으며, 저 역시 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구매해서 본 기억이 생생합니다. 영상을 보면 주사위를 던지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그만큼 이 어려운 볼더를 오르려면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을, 주사위 6개 전부 숫자 6이 나오는 장면으로 연출하기도 했죠.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도 꼭 한번 시청했으면 합니다.
버든은 최초의 V17인 만큼 상징적인 볼더인 데다 바위의 면이 평평하고 비교적 각도가 일정해서 레플리카로 만들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클라이머 윌리엄 보시(William Bosi)가 실내 짐에서 레플리카로 훈련했고, 그 후 실제로 핀란드로 가서 몇 번의 세션을 거쳐 완등했습니다. 버든의 두 번째 완등자였죠. 일본의 강한 클라이머인 류이치 무라이(Ryuichi Murai)와 코코로 후지(Kokoro Fujii)도 마부(Maboo)라는 클라이밍 짐에서 레플리카로 세션을 하는 피드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랜선으로만 보며 궁금해하던 차에 우리나라의 코알라 클라이밍 짐에서 레플리카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찾아가 보게 됐습니다.
윌리엄 보시의 버든 오브 드림즈. [출처: adidas TERREX]

코알라 킨텍스점을 오픈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친구가 루시드 드리밍(Lucid Dreaming, V15) 레플리카를 사준다고 하는 거예요. 근데 그게 품절이라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든 생각이 났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서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5명을 넘으면 구매하자고 마음먹었죠. 스토리를 올리자, 이성수 선수에게 DM이 오더라고요. 원래 본인도 친구들이랑 돈을 모아서 사려고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제가 살 테니 놀러 오라고 했어요. 그렇게 질러 놓고 보니 오른 환율 때문에 홀드 값이 제 예상보다 비쌌어요. 배송비도 만만치 않았고요. 생각보다 출혈이 심했습니다ㅎㅎ.
이성수, 이민영 선수가 하러 왔었어요. 그때는 킨텍스점 오픈 전이라 어수선했지만, 성수가 곧 락랜드로 출국한다기에 초대했어요. 김태인 선수도 함께 올 예정이었는데 아쉽게도 일정이 안 맞았었죠. 성수 말로는 일본 미즈가키에 있는 플로틴(Floatin, V16)이랑 비슷한 거 같다고 했어요. 오픈 후로는 채성준 선수가 저 없을 때 와서 해봤다고 들었고 그 외에도 몇분 더 온 거 같아요.

임채연 님은 나중에 버든 레플리카를 이용해 진행할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45도 완등자에게 핀란드행 비행기 티켓을 증정한다거나 말이죠.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한국에서도 버든 완등자가 나오길 바라는 임채연 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8월 21일부로 레플리카 홀드를 떼고 킬터보드로 전환해 운영하게 되니 궁금한 분은 어서 이벤트가 열리길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