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REAK
에티켓: 지키면 기분이 좋거든요
Thursday, March 30, 2023
본격적으로 추위가 가고 따뜻해지는 요즘, 야외 볼더링을 즐길 생각에 주말만 기다리는 클라이머들이 많을 텐데요. 겨우내 밖으로 나가지 못한 탓에 몇몇 클라이머들은 지나친 고양감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오늘은 야외 볼더링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등반지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볼더링은 가능한 많은 패드와 스팟터가 있는 것이 좋으니 말이에요. 만약 이미 등반하는 무리가 있을 때는 먼저 인사를 건넨 후 같이 등반해도 괜찮을지 물어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여러분의 일행이 아니더라도 같은 루트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스팟을 봐주고 베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등반에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초크 칠하지 않은 손으로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 홀드를 만지지 맙시다.
자연 바위는 프릭션이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어프로치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프로젝트 루트를 도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그 루트에 대한 호기심에 홀드를 만져보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요. 하지만 그 상태로 홀드를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의 손에 흙이나 땀이 묻어 있을 수도, 과자나 음식물을 섭취해 이물질이 묻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큰 소리 내는 것을 자제합시다.
실내 볼더링을 통해 유입되는 인구가 늘면서 짐(Gym)에서 야외로 나오는 수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짐 문화는 야외 등반에 스며 들었지만 때로는 그 방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 지나치게 열정적인 응원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등의 행동 또한 등반 중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겠죠?
쓰레기를 남기지 말고 가져갑시다.
우리는 야외에 나가면 간식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클라이밍 테이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머물다 가는 곳에는 쓰레기가 남기 마련이죠. 만약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등반지가 사유지이든 국립공원이든 해당 지역 관리자와의 마찰이 생길 것이며, 최악의 경우 더 이상 등반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쓰레기는 반드시 다시 가져갑니다.

클라이머들이 위와 같은 여러 에티켓을 숙지하고 지키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미처 몰라서 지키지 않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볼더링 에티켓에 대해 말을 해주면 좋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은 분위기를 다운 시키고 싶지 않아 이런 에티켓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굴을 찌푸린 채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심술궂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역적 특색 알기
다른 사람에게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자신도 적절한 에티켓을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등반지를 가는 경우 해당 지역의 모든 제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조사합니다. 예를 들어, 야영을 할 수 있는지? 야간 볼더링을 할 수 있는지? 불을 피울 수 있는지? 등이 있겠죠. 제가 전에 일본의 ‘미타케’라는 등반지를 갔을 때, 첫날 야간 볼더링을 했었다가 나중에 그곳이 야간 볼더링이 금지된 곳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타케는 계곡 반대편에 민가가 있고, 어두운 밤 그들에게 강렬한 라이트와 소음은 민폐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죠.

존중하는 의사소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방어적이 됩니다. 그들은 당신이 공격한다고 생각하겠죠. 당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상대방을 존중합시다. 때로는 먼저 말을 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내 패드에서 흙투성이 신발을 치워”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당신이 패드에 올라가기 전에 신발을 벗는 것을 보여주세요. 싫은 소리 하지 않고 행동으로 에티켓을 알려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말해 납득시키기
누군가에게 에티켓을 이야기할 때 왜 그 행동이 바람직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등반 후 틱 마크를 지우지 않으면 등반지 관리자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꼭 지워달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모두가 에티켓을 지키는 멋진 클라이머가 되는 것은 쉽지 않겠죠. 하지만 당장 우리부터 제대로 알고 실천한다면 머지않아 인상 찌푸릴 일 없는 즐거운 볼더링을 하는 날이 올 거예요. 올해도 다시 찾아온 3월, 추운 겨울이 물러나고 대신 그 자리에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떠나간 겨울과 함께 작년에 끝내지 못한 프로젝트의 아쉬움을 보내고, 올해는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 노력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