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REAK
나의 필살기 Soundtrack
Wednesday, September 7, 2022
제가 갓 클라이밍에 입문했을 때, 다니던 대학교에 있는 볼더링 벽에서 운동을 했었습니다. 그곳은 캠퍼스 내인 데다가 실외여서 음악을 크게 틀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운동할 때 음악이 없으면 섭섭했던 저희는 아주 작은 스피커로 텐션을 끌어올렸었죠.
Stromba – Giddy Up
그 시절 함께 운동하던 친구는 본인이 시도하는 루트가 아주 어려울 때 항상 재생하는 음악이 있었습니다. 어떤 가사도 없는 음악을 틀며 기합을 넣곤 했는데, 바로 크리스 샤마(Chris Sharma)가 ‘Dreamcatcher'(5.14d)라는 루트를 초등하는 영상에 삽입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영상 링크). 현재 그 비디오를 제작했던 ‘Big UP Productions’ 사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음악으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원래 삽입되어 있던 곡은 ‘Giddy Up’이라는 트랙입니다. 여담으로 옛날에 열렸던 등반 대회의 결승전에서는 각 선수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본인이 결승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떤 음악을 틀지 정해놓곤 했습니다. 그에게는 나름 모티베이션이었던 거죠.
Glen Hansard - Don't Settle
또한 자연 바위 프로젝트처럼 엄청나게 집중해서 루트를 공략해야 할 때도 음악은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친구는 프로젝트 등반을 할 때, 작년 공개된 Reel Rock 15의 에피소드 ‘Deep Roots’에 삽입된 ‘Don’t Settle’이라는 트랙을 듣습니다. 후반부에서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웅장한 멜로디와 영상이 어우러져 가슴 깊은 곳에서 모티베이션이 끓어 오르는 느낌이 들죠.
ODESZA - Loyal
세계에서 최정상급 클라이머들의 등반을 감상할 수 있는 ‘Mellow Climbing’의 영상 속에도 멋진 음악이 많습니다. 지미 웹(Jimmy Webb)이 ‘Sleepwalker'(V16)를 초등하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Loyal’은 연속되는 언더클링 동작을 더욱 숨 막히게 만들어주죠(영상 링크). 이렇게 강하게 뇌리에 박힌 트랙은 다시 들을 때 그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랙은 무엇인가요? 당장 생각나지 않거나 아직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본인만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트랙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평소 좋아하던 노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온전히 루트와의 싸움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마음가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