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A INFO
불암사의 종소리가 들리는 그곳
Monday, February 13, 2023
불암산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로 190
TIPS
- 화장실
- 입장료
- 주차장
- 추천 실력
- 어프로치
- 베스트 시즌
- 볼더 높이
- 일주문 옆, 불암사 앞
- 없음
- 불암사 주차장
- 모두
- 보통, 10~40분
- 봄, 가을, 겨울
- 보통-높음
불암산은 우리나라에서 볼더링이 유행하기 전부터 개척되어 온 아주 오래된 등반지입니다. 초기 개척은 조규복 클라이밍센터 선배님들이 힘써 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여러 새로운 볼더들이 개척되었고 아직 미완등된 프로젝트들도 존재합니다. 초급자들도 할 수 있는 쉬운 루트부터 선수들이 도전하기 위한 V10 이상의 루트까지 다양하죠. 서울에서 한 시간 내로 갈 수 있어 수도권 클라이머라면 한 번쯤 가봤을 것입니다. 볼더들이 등산로를 벗어나 산속에 있기 때문에 어프로치가 편하지는 않습니다.
불암사(경기 남양주시 불암산로 190)를 찾아갑니다. 거의 도착해 언덕을 오르다 보면 일주문이라는 큰 문이 있고 그 주변 공터부터 주차가 가능합니다. 공터 구석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문을 지나 안쪽에 주차하는 것이 어프로치가 더 짧아지지만 주말에는 등산객과 절을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절을 바라보고 오른쪽을 보면 아주 큰 바위가 있는데 보통 그 바위를 기준으로 어프로치를 시작합니다. 아래는 각 볼더로 어프로치 하는 경로를 그린 것입니다. 경로가 없는 구간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산이기에 대략 방향만 맞춰 진행하며 찾아가야 합니다.

가고자 하는 볼더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데 등산로를 쭉 따라가면 한글날, 트리플 엑스 등이 있는 Iceberg 섹터이고 등산로 중간에서 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 Monorail 섹터라고 마당 바위, 망치 바위 등 비교적 많은 볼더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트리플 엑스 쪽은 쉬운 루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몸 풀이를 위해 마당 바위 쪽으로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암산의 루트들은 난이도가 고루 분포되어 있는 편이며 V10급 루트도 개척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루트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지만 따가운 암질이라 오래 하기 힘들다는 점과 산속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특히나 봄, 가을 숲이 무성할 즈음은 더 심하죠. 그래서 더욱이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 하려고 하는 루트를 잘 고려해 동선을 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노 (V5/6C+) 루트 이름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서 차용한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인지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작 다음 홀드에서 손을 모은 후 잘 보이지 않는 왼발을 찍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잘 안 밟힌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채 왼손 슬로퍼로 과감하게 진행하는 것이 크럭스이며 왼손만 잘 감겼다면 그 후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왼발이 붙어 있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가장 스탠다드한 V5라고 생각합니다.
망치 (Snakehead, V4/6B) 이제 막 바위를 시작한 초급자들이 많이 찾는 루트입니다. 특이하게도 뱀의 머리처럼 생겼는데 루프처럼 각도가 세서 발을 터지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상단에 있는 오른손 홀드를 잡는 것이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전까지 최대한 힘을 아끼는 본인만의 동작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 후 맨틀링에서는 명확한 홀드가 없기 때문에 까다로운 편이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부분 동작으로 먼저 해결해 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코카인 언더 더 노즈 (Cocaine under the nose, V10/7C+) 원래 망치 루트밖에 없었던 이 볼더에 새롭게 추가된 V10 루트입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름이 없었을 뿐이었죠. 천종원 선수와의 대화 중 이 루트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 후 저와 친구들이 완등을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루트명은 천종원 선수의 아이디어이며 난이도 또한 천선수와 이후 완등자들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습니다. 시작 부분은 망치와 비슷하지만 오른쪽 면을 타는 망치와는 다르게 정면으로 진행하다가 왼쪽으로 탑아웃하는 라인으로 맨틀링 하는 동작이 극악입니다. 등 뒤에 있는 나무에 닿지 않게 바위에 딱 붙어 맨틀링을 하는 과정에서 손과 전완근에 생기는 상처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하프 (The Harp, V8/7B+) 더 하프는 망치 볼더의 바로 위쪽에 있는 모노레일을 넘어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큼지막한 볼더에 있는데, 높진 않지만 각도가 세서 결코 쉽지 않은 루트입니다. 사이드와 언더클링 그립으로 홀드는 대체적으로 좋습니다만 맨틀링을 할 때는 홀드가 거의 없어 동작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보다 오른쪽으로 맨틀링하는 베타도 발견됐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선택합시다.

디파인드 라인 (Defined Line, V8/7B) 등산을 꽤 오래 해야 찾을 수 있지만 고생한 만큼 재밌는 루트입니다. 중간에 안 좋은 홀드들이 연속적으로 나오는데 특히 여름에는 밤에도 프릭션이 잘 나오지 않으니 서늘한 계절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타트는 같지만 곧바로 직상하는 Straight up(V5)과 왼쪽 페이스로 넘어가 진행하는 Defined Line, Left(V8)도 있으니 함께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토탈리콜 (Total Recall, V11/12) 불암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토탈리콜은 등반 라인 길이도 짧고 높지 않지만 첫 동작만 해도 V11 이상이라는 초등자 손상원 선수의 의견이 있는 강력한 루트입니다. 1년 동안 저를 꽤 여러 번 등산을 하게 만든 루트이죠. 오랫동안 불암산의 최고 난이도 루트였지만 후에 천종원 선수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흑점(V13/14)이 완등되어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더 다이노 (The Dyno, V8/7B) 불암사 뒤편에 있는 볼더들도 살펴봅시다. 더 다이노 볼더는 혼자 떨어져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 가는 길을 찾기 조금 어렵습니다. 한 동작 짜리 루트이지만 그 뛰는 동작이 요구하는 섬세한 발 테크닉은 보통 발을 조금 쓴다는 클라이머들도 한두 번 만에 쉽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썸 트랙 (Awesome Track, V7/7A+) Iceberg 섹터로 가는 길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눈에 띄는 아주 높은 볼더가 있습니다. 아마 이곳 섹터의 이름도 빙산같이 생긴 이 볼더 때문에 붙여진 것 같습니다. 루트가 있을 것 같았지만 정보가 없어 임의로 라인을 정하고 등반했습니다. 높이가 높고 바위도 조금씩 깨지는 탓에 무서웠지만 그 공포감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난이도를 결정했습니다. 크럭스는 중간 부분에서 오른쪽으로 트레버스하는 것과 상단 마지막에 좋은 홀드를 잡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도할 계획이라면 패드를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한글날 (V6/7A) 등반지의 모든 루트에는 항상 합당한 난이도가 매겨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어느 하나가 유별나게 쉽거나 어려운 경우가 있죠. 한글날은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발을 떼기 힘들 정도로 V6치고는 스타트 홀드가 매우 극악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까닭에 한글날을 완등한다면 여타 V6 루트는 모두 오를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루트는 개척 당시 V4로 매겨졌지만 수많은 여러 완등자들의 제안에 지금의 난이도로 불리게 됐죠. 키가 큰 사람의 경우 스타트 시 오른발을 칸테에 토훅을 걸 수 있으나 개척자의 의도와 너무 달라지므로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10월 9일 공휴일인 한글날에 일부러 이 루트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길가 (Roadside V10/7C+) 작은 볼더지만 V10이라는 난이도를 자랑하는 길가는 매우 안 좋은 홀드를 잡고 불편한 자세로 다이노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각도도 매우 센 데다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나무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 있게 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믿는 든든한 스팟터와 함께 하는 것만이 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몰 자이언트 (Small Giant V9/7C) 홀드 대부분이 손가락 반 마디 정도로 작은 데다 발홀드 몇 개는 5미리쯤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밟으려고 봐도 찾지 못할 수도 있기에 틱 마크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안 좋은 홀드로 이루어졌지만 각도가 약한 페이스라서 손끝 감각과 밸런스가 좋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루트입니다. 때문에 완등자 중 여성 클라이머 비율이 높은 편으로 인기가 아주 많죠. 이 루트가 본인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아래에서 시작하는 Small Giant, Extension(V10)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트리플 엑스 (Triple X V7/7A+) 세 개의 X자 모양의 크랙이 멋있게 나 있는 것이 인상적인 볼더입니다. 오른손 스타트 홀드는 크게 나 있는 세로 방향의 크랙으로 모든 손가락이 다 들어가지만 너무 깊이 넣었다가 발이 미끄러지면 다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나란히 있는 두 개의 X자 크랙에서 상단의 X자 크랙까지 가는 것이 포인트인데 여기에는 세 가지 정도 베타가 존재하니, 본인의 신체 사이즈에 맞고 자신 있는 동작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 오른발을 옆쪽에 토훅을 걸고 스윙을 버티는 베타를 선택했는데, 이는 싯 스타트 시 연결되는 것과 동일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오른발 토훅을 아래쪽에 걸었다가 빼면서 힘차게 날아가는 로켓 베타는 키가 큰 분들 한정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멘탈 맨틀 (Mental Mantle V9/7C) 트리플 엑스와 같은 볼더로 왼쪽 옆으로 돌아가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 본 순간 등반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이전에 누군가 올랐거나 최소한 시도는 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버행 구간의 홀드들은 흙이 많이 껴있고 맨틀 후 진입하는 지붕 구간은 낙엽들이 쌓여 있었던 걸로 보아 오랫동안 등반한 적이 없어 보였죠. 자일을 이용해 위에서부터 내려오며 청소를 한 후 등반을 시도했는데 맨틀 동작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럽게 맨틀링을 하는 데만 집중했고 그것에 착안해 루트명을 멘탈 맨틀로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V8으로 생각했지만 두 번째 완등자인 이동규 클라이머의 의견을 수용해 V9으로 수정했습니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 이제야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올해 첫 바위를 다녀왔는데 아주 적당한 온도였네요. 모두 겨울 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실력을 시험할 때가 왔습니다. 곧 자연에서 뵙기를 바라며 다들 부상에 유념하여 등반을 즐기시기 바랍니다.